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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턴과 미컬슨의 디오픈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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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잉글랜드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파70).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2타 차 선두로 마지막 날 17번홀(파5)을 맞았다. 뻥 뚫린 코스로 불어닥치는 맹렬한 바닷바람을 생각하면 결코 넉넉지 않은 격차. 두 번째 샷을 앞둔 해링턴은 어드레스를 풀고 볼 뒤로 가 타깃라인을 살피고는 다시 몸을 웅크렸다. 옷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 탓에 펄럭거리는 소리가 연방 TV 중계 마이크를 때리고 있었다.        


가파르게 올라가 거침없이 떨어지는 5번 우드 스윙. 자신 있게 시도한 풀-드로 샷은 오른쪽으로 부는 강풍에 살짝 올라타더니 그린 문턱에 툭 하고 떨어졌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갤러리 환호에 힘을 얻은 듯 계속 굴러간 볼은 깃대 오른쪽으로 아크를 그리더니 홀 1m 남짓 지점에 멈춰 섰다. 272야드를 날아가 완벽한 이글 기회로 이어진 샷에 중계진은 “충격적”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간단한 퍼트 성공으로 2위와의 격차는 순식간에 4타. 18번홀(파4) 두 번째 샷 역시 홀 가까이에 떨어뜨린 해링턴에게 동반자 그레그 노먼(호주)은 미리 축하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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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06년의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해링턴은 2007·2008년 브리티시 오픈(디오픈) 2연패 기록을 썼다. 최종 스코어 3오버파. 선두 노먼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 전반에 보기만 3개를 적었던 해링턴은 그러나 13번홀부터 다섯 홀에서 4타를 줄이는 뒷심으로 클라레 저그(디오픈 트로피)를 지켜냈다. 유럽선수의 디오픈 2연패는 1906년 후 102년 만의 일이었다. 7오버파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낸 이안 폴터(잉글랜드)와 53세에 세 번째 디오픈 우승을 노렸던 노먼은 조연 역할을 해야 했다. 노먼은 해링턴이 69타를 치는 사이 77타로 미끄러져 공동 3위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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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컬슨이 아니었다면
2007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의 디오픈 연장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해링턴. 그러나 타이틀 방어를 둘러싼 전망은 어둡기만 했다. 대회 바로 앞 주에 집에서 연습을 하다 손목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스윙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해링턴은 “다른 대회였다면 아마 바로 기권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대회장으로 향하긴 했지만 목표 같은 걸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황망한 표정의 해링턴에게 손을 내민 것은 필 미컬슨(미국)이었다. 미컬슨은 개막일이 코앞인데도 연습 대신 물리치료만 받던 해링턴을 자신의 호텔 방으로 초대했다. 미컬슨의 방에는 레이저 치료기구도 있었다. “매일 밤 그의 숙소를 들러 45분씩 머물렀어요. 손목에는 레이저를 쬐면서 얘기를 나눴죠. 아주 작은 방에서 남자 둘이서요.” 해링턴은 9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킥킥거렸다.


레이저 치료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었을 것이다. 잔뜩 조급해하던 해링턴에겐 미컬슨과의 대화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는 약이었다. 해링턴과 미컬슨은 각각 유럽과 미국을 대표하는 라이벌이었지만 라이벌이기에 앞서 미컬슨은 같은 연배의 동료이자 동업자로 해링턴을 대했다.


대회는 비바람과 함께 시작됐다. 어차피 손목이 정상이 아닌 해링턴에겐 어쩌면 잘된 일이었다. 첫날 비옷을 입고 74타를 친 해링턴은 갈수록 나아졌다. “심신을 한꺼번에 망가뜨리는 그런 환경에서는 차라리 저처럼 연습을 하지 않아 정신적으로 맑은 상태의 선수가 유리한 것 같았어요.” 2라운드 68타로 공동 4위로 올라선 해링턴은 3라운드 72타를 보태 2위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날은 생애 최고의 라운드였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이상적인 플레이를 쏟아냈어요. 스윙은 막힘이 없었고 볼은 조금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았죠.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흘렀어요.”

해링턴을 도운 미컬슨은 그해 공동 19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5년 뒤 클라레 저그의 주인공이 됐다. 2013년의 디오픈은 미컬슨의 마지막 메이저 우승으로 남아있다. 그로부터 2년 뒤 해링턴은 더블린의 스택스타운 골프장으로 미컬슨 부부를 초대했다. 해링턴이 10대 때 디오픈 챔피언의 꿈을 키운 곳이었다. 2008년의 그 호텔 방에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해링턴이 더 많이 자신의 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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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싸운 아버지·아내를 위하여
2008년 디오픈 우승 뒤 미컬슨에게 고마움을 전했던 해링턴은 앞서 2007년 우승은 아버지에게 바쳤다. 경찰관이던 아버지는 2005년 세인트 앤드루스에서의 디오픈을 불과 며칠 앞두고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대회를 기권한 뒤 2년 만에 메이저대회 생애 첫 승을 거둔 해링턴은 “아버지가 내려다보고 계실 것”이라며 감격해 했다.


해링턴은 현재 식도암 환자들을 위한 재단의 주요 후원자이며 지적·발달 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스페셜올림픽의 국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파드리그해링턴재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2014년에는 자신이 피부암으로 수 차례 얼굴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해링턴은 “우리 아버지는 건강에 이상 징후를 느끼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옛 아일랜드 남자의 기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여러분들도 몸이 보내오는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진심을 담아 강조했다.

미컬슨도 가족의 암으로 신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9년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자 간호를 위해 투어 활동을 중단한 적도 있다. 아내와 자신의 이름을 함께 딴 재단을 설립해 자선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미컬슨은 저소득층 아동에게 책을 선물하는 사업을 벌여 지금까지 17만3,000권의 책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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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디오픈은 9년 만에 로열 버크데일을 다시 찾아 제146회 대회의 막을 올린다. 마흔여섯의 해링턴과 마흔일곱 미컬슨은 한층 주름이 늘어난 얼굴로 지난 디오픈에서의 추억을 얘기할 것이다. 조카 또는 아들뻘 선수들이 투어를 지배하고 있지만 두 베테랑은 여전히 빛나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해링턴은 디오픈 전초전 격인 스코티시 오픈을 공동 4위로 마치고 리버풀로 넘어왔다. 3라운드에 79타로 무너졌는데 4라운드에 66타로 일어섰다. 올해 초 목 수술로 은퇴 위기를 맞았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왔고, 최근에는 자신이 가르치던 아마추어의 연습 스윙에 맞아 팔꿈치 부상을 당했지만 여섯 바늘을 꿰맨 뒤 디오픈 전초전을 잘 마쳤다.


미컬슨도 미국에서 새 캐디와 좋은 성적을 내고 기분 좋게 영국에 입성했다. 우승 후보인 존 람(스페인), 조던 스피스(미국),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연습 라운드를 돌며 로열 버크데일에서의 경험을 되살렸다. 지난해 디오픈에서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백주의 결투’를 벌인 끝에 아쉽게 준우승한 미컬슨은 설욕을 벼르고 있다. 2번 아이언의 로프트에 가까운 ‘변형’ 3번 아이언을 비밀병기로 들고 나갈 계획이다.

로열 버크데일 지역은 대회 초반 차차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해 일요일까지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9년 전 드라마를 함께 써내려갔던 두 신사 골퍼는 또 한 번의 짜릿한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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